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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순이 “사랑 받고파”

조회 수 10057 추천 수 0 2008.10.15 05:49:43

지금은 가고 없지만, 옛날에 호돌이라는 마치 사자처럼 참 잘생긴 중국 황실에서 키웠다는 차우차우가 있었는데 이 개의 정실부인이 바로 마순이다. 이 마순이는 진돗개 종으로 잡종인지, 순종인지는 구분이 안가지만, 참 영리한 개였고, 자신의 본 남편이었던 호돌이를 한동안 못 잊어했다. 꽤 오랜 시간 동안 마순이는 남자친구가 없었다. 절개를 끝까지 지킨 정절녀는 아니었지만, 다른 남자 개를 만날 때 호돌이, 꼭 전 남편과 비슷하게 생긴 차우차우 종류만을 사귀었던 매우 독특한 개였다. 자기 자신이 그렇게 사랑에 끝임없이 지조를 지키기 위하여 노력해서 그랬었는지... 이 마순이는 질투가 여간 아니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마순이를 한 식구라고 생각하고, 마순이를 열심히 챙겼다. 마순이에게 자식들이 수없이 태어나고, 그 많은 강아지들도 마순이가 받았던 그 사랑만큼 받기에는 마순이의 자리가 너무나 컸다. 그 마순이가 한참 주름을 잡던 그때 선교회는 뒤쪽 마당 한쪽에 욕조를 묻어 작은 웅덩이를 만든 곳에 오리 두 마리가 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닭들이 무더기로 살고 있었다. 바로 옆에 이층 토끼장엔 흰토끼, 갈색토끼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그런데 닭이나, 오리는 선교회 형제, 자매들이 만지고, 쓰다듬고 하질 않는데,,, 토끼는 아침, 저녁으로 예쁘다고 토끼장에서 꺼내어 쓰다듬고, 껴안고, 만지곤 하였다. 유달리 이쁨을 받는 토끼를 평소에도 옆 눈으로 흘겨보던 마순이는 아마도 질투를 많이 느꼈었나보다. 이 마순이가 아이들이 토끼를 만지고 있으면 은근슬쩍 다가와서 가만히 쳐다보다가 갑자기 달려들어 토끼의 귀를 물어 뜯으려한 적이 몇 번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들이 그때마다 마순이에게 소리를 지르고, 혼쭐을 내어 쫓아 버리곤 해서 번번히 실패를 거듭하였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마순이가 단단히 결심을 하였던 것 같다. 아이들이 토끼장을 여는 것을 눈여겨 보았던 것이다. 토끼장은 밖에서 위로 빗장을 올렸다 내렸다하며 열고, 닫는데... 이를 지켜본 마순이가 아이들이 프로그램에 들어가 마당에 없는 틈을 타서 토끼장 문 열기를 시도한 것이다. 그러나 토끼장이 마순이가 두발로 선키보다 약간 높이 달여있어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앞발을 치켜들고 펄쩍 펄쩍 간신히 뛰어야지만이 가능했기에 여전히 실패하곤 하였다. 처음에는 전혀 눈치를 못했던 아이들도 그 장면을 몇 번 목격을 했지만 여전히 실패하는 마순이를 쳐다보며 낄낄거리기만 했다. 설마 그 토끼장을 열 줄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그러나 매일같이 마순이의 토끼장 열기 연습이 계속되었고, 결국 칠전팔기로 그 토끼장을 열어버린 것이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한발로 토끼를 누르고, 비틀어 내동뎅이 쳐버렸다. 다른 토끼 한 마리는 빨간 눈으로 두려움에 떨며 토끼장 끝 쪽까지 도망했지만, 이글이글 차오르는 마순이의 질투의 화살은 결코 피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말릴 틈 없이 토끼를 꽉 물어 저 세상으로 보내버린 것이었다. 토끼 두 마리는 비참하게 죽었다. 살겠다고, 외마디 비명한번 질러보지도 못하고, 그렇게 갔다. 아이들은 벙쩌서 멍하니, 아무런 손쓸 틈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지켜보아야만 했다. 마순이가 토끼를 먹어버린 것도 아니었다. 질투의 힘은 정말 무서웠다. 그 후론 토끼를 키우지 못했다. 마순이의 질투가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후 아이들의 사랑과 관심은 다시 마순이에게 향하기 시작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손길이 마순의의 털과 마음을 쓰다듬고 있었다. 마순이는 느긋하게 누워서 주어진 사랑에 만족하며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 있다. 누구나 사랑 받기를 원한다. 그렇지 못했을 땐 미움과 질투로 인해 마순이까지도 죄를 지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마음은 병은 언제나 만족할 수 없는 사랑 때문에 시작되어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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