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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빨간색이 싫다.

조회 수 9393 추천 수 0 2008.11.10 14:06:47

독립기념일, 미국은 독립기념일에 많은 행사들을 하고, 몇 일 씩이나 놀 수 있는 배려도 아끼지 아니한다. 학교 다닐 때는 정말 독립기념일이 좋았다. 많이 놀 수 있어서였다. 그러나 지금은 독립기념일을 별로 좋아하질 않는다. 노는 날에 특별히 놀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선교회 식구들의 들뜬 마음을 어떻게 해야 안정을 시켜주나, 혹은 무슨 일을 해서 시간을 때워주지? 라는 고민이 꽉 들기 때문이다. 하루 온종일 선교회의 빡빡한 프로그램으로 정신이 없으니... 학창시절에 나처럼 노는 날만 손꼽아 기다릴텐데... 하여간 나는 독립기념일 뿐만 아니고, 노동절, 현충일, 콜롬버스데이.., 등등 달력에 빨간 날을 이제는 전혀 관심조차 없는 아니 좋아하지 않는 날들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시간은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법 영락없이 올해도 독립기념일이 왔고, 아이들은 신이 나서 들고뛰고 난리법석이었다. 왠만해서는 선교회 프로그램의 휴강이 없는데 그래도 달력의 빨간색 날짜는 자유를 쬐끔 허용하기 때문이다. 공원에 가서 BBQ도 해먹고, 야구도하고, 농구도 한다고 아침부터 설쳐대고, 어떤 아이들은 언제 부모들을 꼬셨는지.. 벌써 폭죽이며, 불꽃놀이 기구들을 한 뭉치씩 숨겨놓고 있다가 공원에서 한다며 가방에다 몰래몰래 싸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 싫다. 이 날씬한 몸매에 또 공원에 가서 저 젊은 아이들하고 한바탕 몸싸움을 하여야 한다니... 시원한 에어콘 바람에 벌렁 누워 그저 수박화채나 해먹으며 낮잠이나 늘어져라 자고 싶건만.... 이 소원을 언제나 한번 시도해 보나... 어찌되었건 내 일, 내 사명이니 별수 있겠나? 뛰어봤자 하늘 아래 있을 뿐이지.. 우리 하나님이 신경질내시면 안되지 싶어.... 기왕에 할 것 기쁨으로 가서 노병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시켜나 주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시 차림에 반바지를 입고서 기세 당당히 오피스를 나섰다. 어느새 아이들은 여러 대의 벤차에 짐짝 마냥 이리 낑기고, 저리 낑기어 타고 있어 타이어가 팍 주저앉아 서둘러 떠나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올스터 형제들도 뭐가 그리 신이 나는지... 그저 선교회 문밖만 나간다면, 나이가 많건, 적건에 상관없이 저리도 좋아하다니... 저 문밖만 나가면 삶의 치열한 싸움터인 것을 왜 모른단 말인가? 신나게 달려달려 간곳이 선교회에서 30분 떨어진 공원이었다. 벌써 연휴를 다른 여행지로 가지 못한 이들이 보따리 보따리들을 들고 나와 여기 저기 자리를 잡고 있었고, 농구대야, 축구장은 이미 다른 이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누구인가? 나눔 선교회 아닌가... 웃통을 훌러덩 벗은 덩치들이 여기 저기 문신까지 하고는 우리 놀자리가 없다며... 씩씩 거리고 왔다 갔다 하자, 힐끔거리며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자꾸만 쳐다보았다. 우리가 너무 눈치를 주었는지, 조금씩 주변의 사람들이 슬슬 움직이더니 나중에는 대거 이동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힘 안들이고 땅을 점령한 우리들은 널찌감치 돗자리를 깔았다. 한쪽에서는 바비큐 그릴까지 차지하여 햄버거를 굽는다고 챠콜을 피우고 있었다. 다른 한쪽은 힘이 남아도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이 축구를 한다고. 야구를 한다고 우루루 떼거지로 몰려 장소를 찾아다니고 있었다. 기여이 장소를 구했다. 깃발을 꼿고 우리 땅이라고 외치며.., 빨리 숫자 채워 게임하자고 불러대고 있었다. 연노하신 이 몸도 뛰어야 할 상황이었다. 헉헉거리며 날씬한 배를 붙잡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려니 뱅뱅돌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이렇게 들고 뛰며 노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에선 뛰기는 싫고, 그렇다고 가만히 앉아있자니 심심해하던 녀석들이 군데 군데 모여 수다 떨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기여이 나는 완전히 뻗었다. 손가락, 발가락 하나 움직일 힘조차 없어졌다. 난 빨간 날이 싫다. 빨간불도 싫고, 빨간 공산당도 싫다. 새빨간 거짓말은 더더욱 싫다. 그 빨간 달력 때문에 나는 오늘 하루도 기진맥진되어 선교회로 돌아올 땐 그냥 뻗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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