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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코골이

조회 수 14956 추천 수 0 2008.12.03 02:28:42

선교회의 밤은 적막한 것이 아니라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코를 고는 아이, 이빨을 갈고, 방귀를 끼고, 잠꼬대를 사정없이 하는 아이, 가위에 눌려서 소리소리 지르는 아이……. 그야말로 고요한 밤이 아니라 쉴 새 없이 떠들어대는 밤이다. 그 중에서도 아주 유난을 떠는 코골이의 황제가 있었다. 바로 킹콩과, YJD 그리고 나, 이 세 명의 트리오는 선교회 건물 정도는 간단히 날려버릴 수 있을 만큼의 커다란 위력을 자랑한다. 셋이 모두 다 뚱뚱하다. 귀엽다.(그 중에 내가 제일 귀엽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식욕이 왕성하다. 머리만 댈 곳이 있으면 코를 곤다. 이렇게 셋 중에서도 황제의 자리는 단연코 YJD이다. YJD가 오기 전까지는 그 황제의 자리에 원치 않았지만 내가 군림하고 있었었다. 언제나 피곤하고, 잠을 실컷 자보았으면…….하는 것이 내 소원이어서 그런지. 심각한 재판문제로 법정에 가서 하루 온종일을 앉아있다 보면 꼭 그 습관이 나오는 것이다. 조용하고 심각한 법정에 갑자기 코고는 소리가 진동한다. 그 코고는 소리에 깜짝 놀라 화들짝 눈을 뜨고 사방을 쳐다보면 판사부터 모두들 나를 쳐다보고 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한번은 신성한 법정에서 코를 곤다고 쫓겨난 적도 있다. 함께 간 형제의 부모님 중에는 당신의 아들은 지금 구속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있는 안타까운 순간인데……. 목사라는 사람은 어떻게 저렇게 속 편히 코를 골며 잘 수 있을까…….하여 시험에 든 적이 있다고 나중에 고백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대단한 코골이의 황제인 나를 재끼고 그 황제의 자리를 찬탈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대단한 YJD이다. YJD는 풀러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재원이었다. 성격도 호탕하고, 놀기 좋아하며, 아이들과 더불어 사랑을 한껏 베풀어서 그야말로 나눔에서 말뚝 박아 주기를 원하는 꼭 필요한 전도사님이셨다. 드럼을 얼마나 잘 치는지……. 콩고도 치는데. 선교회의 찬양시간에는 정말 잘 쳐서 드럼소리, 콩고소리밖에 나질 않았다. 힘이 좋으니까. 이 YJD가 선교회에서 아이들과 잠을 자는 날이면 아이들이 빨리빨리 잠을 청한다. 행여 YJD보다 늦게 자면 그 녀석은 한밤에 들리는 그 우아한 멜로디로 밤을 꼬박 새워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 누구도 YJD의 코고는 소리에는 대적을 할 자가 없었다. 한날 이 YJD에게 앙심을 품은 녀석들 몇 명이서 복수를 계획하였다. YJD가 코골면서 잘 때 그 귀에 꽹과리를 울려서 복수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 계획을 어느 절에 눈치 챈 YJD는 잠자리를 다른 형제와 살짝 바꿔서 자신의 위치를 찾지 못하도록 사전에 연막작전을 세운 것이었다. 그리고는 한참을 깊고 깊은 잠에 빠져있는데. 갑자기 귀에서 천청 벽력같은 소리가 “쾅”하고 난 것이다. 이 녀석들이 어떻게 찾았는지……. 귀에 꽹과리를 치고 도망을 가버린 것이었다. 신경질이 머리끝까지 오른 YJD. 그때부터 잠을 설치며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눈퉁이가 뻘게 져서는 아침이 되어 그 범인을 가리기 위해 비몽사몽 아리까리한 정신으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뻔 한 사실, 몇몇의 아이들 범인은 잡았지만, 어떻게 복수를 할 것인가? 그러나 YJD가 더 궁금했던 사실은 어떻게 YJD를 찾아냈는가? 하는 것이었다. 선교회에 한두 명도 아니고, 그 수십 명의 형제들이 자는데서 일일이 손전등을 비춰가며 찾았을 리도 없고……. 그러자 한 아이가 “아이, 전도사님 찾는 것은 너무 쉽죠. 조용히 하고 코고는 소리 들리는 대로 따라가면 바로인데요 뭐. 도망가 보았자. 그렇죠.” YJD는 특별한 복수가 필요 없었다. 형제들보다 빨리 자는 것 자체가 복수였다. YJD는 지금 타주에서 열심히 봉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나눔은 매일매일 기도한다. YJD가 일하는 그곳에서 빨리 쫓겨나기를 말이다.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아마도 누군가 매일 매일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YJD는 참 행복한 코골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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