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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 여

조회 수 23452 추천 수 0 2008.12.19 03:57:09

선교회 식구들이 한참 많았을 때이다. 갑자기 많아지기 시작하면서 식사준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3시간이상씩 준비해서 10분 만에 먹어치우는데……. 주방에서 일하는 형제들은 이 식사준비를 하기 위해선 거의 프로그램을 참석하지 못하고 종일을 부엌에 메어 달려 있었다. 물론 청소와 설거지는 형제들이 돌아가면서 한다하지만, 하루 세끼를 준비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장보는 일서부터 무슨 음식을 만들 것인가? 고민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숙제였다. 고민, 고민 끝에 오래 전부터 선교회에 관심을 보여주시던 어느 집사님이 한국에서 여행으로 왔다가 눌러앉아 영주권이 없어서 고생하는 여 집사님을 소개해주셨다. 믿음도 좋고, 무엇보다도 우리 같은 선교회에서 앞으로 평생을 봉사하고 싶어 하신다니 한번 믿고 일을 맡겨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 실수라면 실수랄까 급한 마음으로 앞 뒤 생각할 겨를 없이 그렇게 하겠다며 그분을 소개받았다. 첫인상이 아주 깨끗하고 얌전해 보이시는 분이었다. 생각보다 너무 젊어서 혹시 선교회 형제들과 문제가 생기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지만, 그래도 믿음이 있으신 분이시고 본인도 사명감으로 선교회 사역에 동참하고 싶다고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한 달 정도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지 시간을 갖으며 우선 생활해 보기로 합의를 했다. 그러나 말이 쉽지……. 김 집사님은 무엇인가 사연이 있는 듯했다. 외모도 그렇고 풍기는 이미지도 그랬다. 전혀 남의 집일을 해보지 않으신 분 같았다. 자주 아프다고 마냥 누워있어서 오히려 형제들이 라면을 끓여 드리고, 죽을 끓여드렸다. 음식을 하면서도 힘들다며 형제들에게 거의 일을 다 시키곤 하였다. 때때로는 훌쩍거리며 한국이 가고 싶고 그립다고 서럽게 눈물을 흘리기도 하였다. 선교회에 봉사를 해주러 오신 것인지……. 아니면 위로받기 위해서 오신 것인지……. 하여간 헤깔렸다. 그러나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선교회 식구들은 어른으로서 대접을 해드리려고 노력하였다. 사실여부는 모르지만 가정불화 끝에 원치 않는 이혼을 당하고 이곳에 왔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심각하게 집사님은 내게 물어왔다. “사실 형제 중에 현태형제가 나를 너무 좋아하는 데 어떻게 하면 되지요?” “네?” 황당하여 다시 재차 물었다. “무슨 이야기인가요?” “제가 현태를 하나님 앞에 인도하는 것이 제 사명인 것 같아요. 현태를 남자로서 사랑한다기보다 제가 인도하고 키워야할 사람으로 하나님이 제게 주신 것 같아요.” 이러한 말을 남기고 현태형제와 함께 선교회를 나갔다. 아~ 불과 석 달도 안 되어 이러한 사실이 벌어진 것이다. 남녀 관계는 참으로 묘하다. 더욱이 현태형제는 집사님 보다 한참이나 나이가 어리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두 번째 결혼도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으며, 약물에 대해서 상당히 프로의 경지에까지 도달해 있는데 이를 감당할 수가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물론 현태형제는 정말 성격 좋고, 착하고, 집안 좋고, 호탕하며, 남자다운. 사실 약하나 빼고는 무엇 하나 흠잡을 것이 없는 꽤나 괜찮은 친구이다. 그러나 함께 약물을 극복해 나간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 문제는 둘째고 선교회 내에서 형제와 봉사자가 서로 만남을 가졌다는 자체가 별로 좋은 소문을 낳지는 않았다. 한동안 부모님들의 억측 섞인 볼멘소리에 엄청 시달려야만 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단정 지어 말씀하는 집사님의 억양 속에서 하나님의 역사하심이 그렇게 쉽고, 간단하게 인간이 원하는 대로 그때그때 역사하시는 분이 아니실 텐데. 라는 의문을 더욱 갖게 했다. 그냥 자신의 의지와 그렇게 하겠으니 내 일에 상관하지 말라는 의미로 받아드리기로 했다. 그리고 서둘러 떠나는 집사님을 말린다거나, 붙잡지 않았다. 그것은 하나님을 믿는 이로서 적어도 자신의 믿음의 분량만큼 스스로가 책임져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 없는 고비를 넘길 것이다. 그 고비를 진정한 믿음으로 정말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으로 감당하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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