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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또 만나세

조회 수 9632 추천 수 0 2008.09.15 10:54:18
우리 또 만나세

이상스럽게도 엊그제 초저녁부터 마음이 답답하고, 왠지 모르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안절부절 못했었지..,  밤늦은 시간, 기도하다가, 혹시!! 하는 긴장감으로 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전화조차도 받지 못하고, Wife가 대신 전화를 받아 애써 담담한 목소리로의사들은 일주일 안에 위험하다고 장례 준비를 하라고 했지만, 지금 남편은 오히려 조금씩 좋아지는 것 같아요.  별로 나쁘지 않은 것 같네요.” 라며 스스로를 위로하는 듯 했었는데..,  내 가슴은 뭐라 표현할 수 없는 떨림이 진동하고 있었지. 그저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밖에 더 있겠습니까!! 다행히도 괜찮다니.., 그럼 다음에 또 전화하지요.”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목소리조차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무척이나 섭섭했었네.  그나마, 너의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네가 아직까지 같은 하늘아래 숨을 쉬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삼았고, 간신히 잠을 청할 수가 있었지,  

그런데..., 조금 전, 내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더 이상 네가 있지 않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난 눈물도 나오질 않고 있다네.  
도저히 실감이 나질 않아서야.  우리가 어릴 적 32년 전이었지? 세상을 향해 신나게 반항하고, 그것이 다 인줄 알고, 가장 멋있는 인생을 사는 것 같이 함께 착각했던 그 시절!!  
아직도 그 기억이 머리 속에 맴도는데.. 뭐가 그리 급하다고, 빨리 왜 그리도 빨리 가버렸는지.., 주유소에서 새벽까지 기름을 넣고, 차 유리를 닦으면서도 아르바이트 끝나고 친구들과 잔뜩 어울려, Dennys에 가서 달랑 커피 한잔 시켜놓고 낄낄거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를 버티게 했었는데..,  한국 사람이 몇 안 되던 그 시절, 무조건 한국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똘똘 뭉칠 수 있었고, 하나가 될 수 있었지.  

그래 그때 우리 만났었잖아, 그날 저녁 파티에서 처음 다른 학교를 다니는 너를 만나면서, 내가 한말 기억나니?  “대가리가 무척 커서 희한하게 생겼다말하니까, 네가 처음에는 싫어했었잖아, 그렇지만 금새 우리는 친해졌었지.  함께 이상한 짓도 꽤 나하고, 우르르 떼거지로 어울려 어깨에 힘 팍 주고 다녔었는데..,
고등학교를 마치기 전에 너는 군대를 갔었고, 제대하고 새로 공부해서 변호사도 되었었는데... 그래서 나와는 한동안 소원했었지.  

내가 마약쟁이에, 사기꾼 소리를 듣고 다니면서부터였을껄..!!
네가 피한 것이 아니라, 내가 너를 피해 다녔지.  솔직히 창피하니까.., 내 자신이 부끄러웠으니까..., 멋있게 인생을 진짜 최고로 가치 있게 살아보자고 서로가 약속했었는데, 나는 그 약속을 지킬 수 없었으니.. 그 이후론 목사가 되었다며, 바빠졌다는 핑계로 너와의 시간들을 잊고 지냈었는데..  아주 까맣게..., 그러다 얼마 전에서야 너의 아프다는 소식을 들었고, 그때서야 친구 노릇하려고 했지만, 너무나 늦은 시간이었었지.  제대로 한번 위로조차도 해주지 못했는데..,  

친구야!  
소중한 나의 어린 시절의 한 부분을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도록 해 준 너에게 지금 나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주 조금 시간이 지난다음 우리 만날 그날에 반갑게 만나자며잘가라, 곧 만나자라는 인사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일까!!

그러나 마지막 가는 너의 그 길에 울어줄 수 있는 내가 있다는 걸 기억해주길 바라며, 아쉬움으로 너를 보내는 내가 있다는 걸 꼭 알아주길 바랄뿐.. 그래서 넌 행복하다는 것 알지? 적어도 넌 인생을 가장 멋있게 살다간 행복한 놈이라는 걸....

이제, 얼마 후 나도 네가 간 그 길을 갈 때 누군가, 단 한사람이라도 나를 위해서 너를 위한 나처럼 진심으로 아파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세상에 나를 필요로 하는 이들은 있을지라도 이해관계 없이 나를 기억하고, 생각해주는 이가 있을까?? 과연 나는 그 정도의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을까??

너와 약속했던 멋진 삶이란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다.  
오래 떨어져 있었어도, 각각의 다른 인생을 살았어도 그 인생 안에 네가 있고, 그 인생 안에 내가 있는 그런 가까움.., 그리고 말하지 않아도 이해되는 그런 친구의 우정이..,

잘 가게 친구..,
내일부터는 난 그만 아파하고, 언젠가 나를 위해서 아파해줄 친구를 찾아보려고 하네..  
그럼, 우리 그곳에서 또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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